“나 다음 주에 결혼해.” K의 지독한 말을 듣고도 S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게 잔인했다. S는 늘 저런 식이었다. 착실하게 몸을 섞고 나서도 새벽이 오기 전에 남이 되었다. 마치 완벽주의에 찌들어 일하는 그 모양새마냥 과정 하나하나마저도 완벽했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몸과 흥분을 여과 없이 담아내는 신음들마저 그에게는 차라리 최음(催淫)제...
머리에는 화관 하나 씌워주고 두 손에는 꽃송이 하나 들려줄테니 이제 날아가라 마음 편히 한 번도 불행한 적 없던 것 마냥 너는 내게서 꼭 그리 날아가라.
언젠가 무너져내릴 너의 세계 앞에 남아 있는 것은 결국 나뿐이길. 지독한 너를 견뎌낼 사람이 너보다 더 독한 나뿐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평생 나의 발 아래서 내 급소를 알고 살아가길. 숨이 멎은 너의 눈은 내가 감겨줄테니 너는 죽은 후의 영혼까지도 나에게 저당잡혀 살아가길. 나의 평생에 머무르되 찰나에도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영원히 나의 음지에는 너만이, ...
추락하는 모든 것들에는 날개가 있지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바닥까지 내려 꽂아지는 것도 결국 한 때 아름다운 날개가 있었다는 증거일거야.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의 시간이 얼어붙어 그냥 이대로 굳어버리길 바란다. 바람에도 흘러가는 내가 네게 못내 미안하여 네 이름자 섧게 불러본다면 혹은 내 부족함에 함께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애써 너를 외면한다면 자, 나는 영영 너를 못 잊을테니 넌 그저 살다가 한 번쯤 떠올려주길
벗은 몸에 와 닿은 공기는 차가웠고 모텔 방 천장은 시리도록 냉담했다. 싸질러진 쥐 오줌은 누렇게 변색되어 아마도 그래서 문득 비참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 비참함의 종지부를 찍어낸 건 결국 S가 쌓아둔 농축 되어 있는 죄악의 사정(射精)과도 같았다. “나 다음 주에 결혼해.” K는 잔인했다. S의 귀걸이가 천박(淺薄)하게 짤랑거리며 뺨 끝과 그 언저리...
사실 알고 있었어 네가 메마른 사람이라는 걸 네게서는 그 어떤 풀꽃 하나 자랄 수 없다는 걸 그럼에도 내가 너를 떠나 새로운 양지를 찾지 못한 이유를 꼽자면 그저 너의 곁에서 바싹 마른 잡초가 되어버리기를 택한 이유를 찾자면 꽃이 없어도 좋았다 열매는 바라지도 않았다 대신 너의 땅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생명은 오직 나뿐이기를 바랬다.
당신이 내게 더 없이 소중한 존재임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것이다. 가까워지려는 당신을 밀어내 상처내고 아프게 할 것이고 소중하지 않은 척 거리를 두고 멀리서 바라볼 것이다. 그래서 끝끝내 당신이 나를 싫어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당신에게 상처조차 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릴 것이다. 나 스스로 당신께 기대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실...
우리 서로의 달이 되자 서로의 새벽이 되자 그저 그런 달이나 흔해 빠진 새벽일랑 말고 이왕이면 젖은 날의 초생달로 다시 없게 소리가 예쁜 새벽으로.
탐미주의, 탐욕주의. 쓰고 싶은 걸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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